기성 파송 백영모 선교사 필리핀 현지서 구금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월드컵 첫 경기에서 패배한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청원이 빗발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청원이 한 건 있다. ‘남편선교사가 안티폴로감옥에 있습니다. (필리핀)’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지난 17일 청원이 올라와 이틀이 지난 19일 현재 1만4천여 명이 ‘동의’를 누른 이 청원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백영모 선교사(필리핀)의 부인되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파송 배순영 선교사가 올린 것이다.

남편 백영모 선교사가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필리핀 현지 경찰 당국에 체포, 구금돼 있는바 풀려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 청원의 내용이다. 홈페이지에는 백 선교사를 응원하는 글과 석방을 위한 서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로 18년째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백 선교사는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 경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마닐라 안티폴로 경찰당국에 따르면 백 선교사와 한우리복음선교법인(Hanwoori Evangelical Mission Inc) 행정관 죠 라미레즈와 미구엘 톨렌티노 등은 서로 공모하고 합의하여 적합한 기관의 등록 허가 없는 권총과 수류탄, 총탄 등을 소지한 혐의다.

소명의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된 백 선교사는 혐의 자체를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닐라의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20일 넘게 구속 수감되어 있는 상태다.

현지 경찰 측은 문제가 된 불법 총기류와 폭발물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선교법인 소속 건물을 수색했을 때 발견됐고, 관련 조사를 위해 백 선교사에게 여러 차례 경찰서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으나 우편물을 수취하고도 출두하지 않아 체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 선교사는 경찰당국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당국의 갑작스러운 수색과 선교사의 체포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우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불법 무기가 발견된 한우리선교법인이 아니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필리핀국제대학교(Philippine International College)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경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학이 아닌 선교법인 건물을 수색했고,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선교사의 경우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는데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백 선교사 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백 선교사는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도 없는데도 체포, 구금한 것은 경찰 당국의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또 체포 이전에 백 선교사에게 수차례 보냈다는 경찰 출석 통지서도 백 선교사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선교사 부인 배순영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명령을 고지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법원 서류에는 백 선교사 등 3명의 거주지 주소가 그들과 전혀 연관 없는 필리핀국제대학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필리핀국제대학은 한우리선교법인이 소유한 건물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유력 인사가 지배하는 학교이다.

경찰 측의 주장대로 수차례 발부했다는 출두명령서 누군가의해 수취되었다면 법원 서류에 백 선교사의 거주지로 나오는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도 안티폴로가 아닌 거기서 2~3시간 떨어진 라구나라는 곳에서 발급된 것을 나타나 의구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급습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그대로 방영된 것도 필리핀에 흔히 있는 ‘셋업’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곧바로 한국에 있는 교단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래서 필리핀 선교부와 현지 교민은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백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필리핀 사법 당국에 구류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백 선교사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담당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구속적부심과 보석을 청원한 상태이다. 지난 6일 열린 법원 심리에서 변호사는 “이 사건 자체가 법 이치에 맞지 않으니 사건을 기각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 측은 답변준비 기한으로 5일을 요청했으나 아직 판사의 판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 구금 소식을 접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와 해외선교위원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해선위는 6월 1~3일 교단 선교국의 송재흥 국장과 팀장을 필리핀으로 급파해 백 선교사를 직접 만나 사건경위를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동부선교사협의회와 필리핀한인회장, 현지인 변호사 등과도 만나 보석과 불구속 재판을 받을 방법을 찾았다.

교단 내 필리핀 선교단체인 파워미션과 한우리교회 인사들도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백 선교사를 면회하고,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성원 총회장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 총회장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님의 석방을 위해 총회 해외선교위원회 등 교단 내 선교 단체와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대책위원회 구성해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모든 성도 여러분과 함께 우리 선교사님이 무사히 게 석방되기 위한 기도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윤성원 총회장은 “청와대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73112)란에 들어가 백영모 선교사 석방을 위한 청원에 참여해 달라“면서 전 교인들에게 홍보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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