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임원들 “인정 못해” 실력 행사… 기자들에게도 폭언 가해

▲ N모 목사가 모 방송국 여기자의 손목을 낚아채고 있다.

“제가 너무 오래 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주일학교 때부터 상상도 못했던 부끄러운 일을 인생 후반에 봅니다. 진리에 대한 경외심은 어디로 가고 목사 장로들의 추태를 보나니.. 저들은 아들 딸 같은 젊은 기자들에게 폭언의 칼을 심장에 꽂고.. 내일 아침 새벽기도를 인도하겠지요..”

기자로서 명성교회 사태와 관련 현장에서 수차례 목사 장로들의 추태를 취재해야 했던 한 장로가, 13일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동남노회 신임원 업무 재개 현장 취재 후 기자들 단톡방에 올린 글이다.

무엇이 이 장로 기자로 하여금 이러한 자괴감이 들게 했을까. 교계 기자들 사이에 교회의 어른이라 할 수 있는 목사 및 장로들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지 오래인 가운데 왜 그러한 현상이 생기게 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또 일어난 때문일 것이다.

김수원 노회장 등 서울동남노회 신 임원들은 선거 관련 소송으로 중단됐던 업무를 재개하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다. 사무실에는 구 임원들이 이들의 업무를 막기 위해 미리와 점거하고 있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구 임원들은 신 임원들만 입실 시켰다. 이후 사무실 안에서는 신 임원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구 임원들과 교단 헌법에 따라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신 임원들의 고성이 들렸다. 결국 양측의 대화는 결렬됐고, 신 임원들의 퇴장을 위해 사무실 문이 열렸다.

이때 기자들이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를 물으려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재판국장을 역임한 N모 목사가 주동적으로 기자들을 내몰았다.

이 과정에서 N목사는 기자들에게 폭언은 물론 기자들의 몸을 떠미는 한편, 몸에 손대지 말라고 하는 여기자의 손목을 낚아채기까지 해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이 와중에 욕설도 들렸다. 이에 한 기자는 “아니 목사님이 무슨 욕을 하시고 그래요? 그 입으로 무슨 설교를 해요?”라고 항의했다. 

명성교회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이러한 폭언과 물리력이 가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의 매번 일어났다. 그것도 목사라고 하는 이들과 장로라고 하는 이들에 의해서다.

그러니 이러한 현장을 매번 지켜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목사와 장로들에 대해 실망 정도가 아닌 거의 좌절 상태에 빠진 후배 기자들을 지켜보는 장로 기자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 기자회견 중인 김수원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우)

한편, 쫓겨나다시피 사무실을 나온 신 임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동남노회 75회기 임원의 공식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김수원 노회장은 “어제(12일) 태봉교회에서 이미 임원회를 열어 교회 설립 및 폐쇄, 원로목사 추대, 담임목사 청빙·연임, 무임 목사 연장, 장로 임직 허가 등 138건의 미진 안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노회장은 “명성교회와 관련해서는 재심재판이 진행중인만큼 김하나 목사를 아직 명성교회 당회장 목사로 인정할 수 없기에 ‘당회장 김하나 목사’ 이름으로 청원한 안건은 관련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보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명성교회 측도 기자회견을 갖고 신 임원들의 업무 재개 선언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명성교회 이종순 장로는 “김수원 목사가 아무리 노회장이라고 해도 대다수 노회원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총회가 사고노회를 지정해,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원회를 가동한 것”이라면서 “결과를 지켜보자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김 목사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총회에서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 되는 걸로 결론이 나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면서 “그런 절차를 거쳐서 노회장 업무를 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건의했는데, 김 목사는 바로 집행(업무 재개)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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