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아멘교회 송영춘 목사의 목회 수상(隨想) (3)

 

“커피 맛이 왜 이래??”
“왜 이상해? 커피 맛이 다 이렇지 뭐”
“그래? 오늘 내 입 맛이 이상한가??”

언젠가 아내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다.

우리 부부는 굳이 스타벅스 커피만 고집한다. 낯선 곳에 가서도 언제든지 찾을 수 있게 핸드폰에 앱을 깔아놓을 정도로 고집한다. 몇 백 원 더 주더라도 이왕이면 스타벅스 커피다.

커피 맛이 어느 곳이든 통일되어 있다는 것과 그 맛이 우리부부에게 검증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 부부가 스타벅스 커피를 고집하는 이유다.

새로운 커피숍에서 산 커피가 기대 이하일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보상받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통일과 검증을 고집하다 보니 그 집 커피가 우리 부부 입에 인이 박혔다는 것이다.

낭패다! 커피 맛이 이상할 때 내 입 맛을 의심하는 것이 낭패다. 절대 미각의 내 혀를 의심하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청소 정도와 물과 원두의 숙성 정도와 가장 중요한 바리스타의 숙련도에 따라서 민감하게 바뀔 수 있는 커피의 맛을 어느 곳이든 한결 같을 것이라 절대 신봉하고 오히려 내 혀를 의심하는 것이다.

낭패다!

아주 작은 가게지만 그러나 자부심을 가지고 직접 원두를 볶으며 엄선한 정수(淨水)로 정성을 다해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스타벅스의 커피 맛과 비교하며, 인이 박힌 혀를 탓하지 않고 마치 스타벅스 커피가 커피 맛의 표준인 것처럼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쥐뿔도 모르는 무지가 낭패다. 아니 길들여진 내 혀가 낭패다.

요즘 동탄의 신도시를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가는 것 같다. 이제 막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는 활발하게 발전하는 도시다.

우리 동네는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되어 상가 건물들이 작은 편인데 그 곳 동탄 신도시의 상가건물들은 한 층이 삼, 사백 평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 대형 건물들로 세워지고 있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은, 이제 막 준공을 마친 것 같은데 거의 모든 곳이 입주를 마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경기라는데 괜찮을까 싶다.

각축장을 보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상가 꼭대기 층은 교회들이 입주해있다.

‘ㅇㅇㅇ교회 동탄 성전’
‘동탄 ㅇㅇ의 교회’
‘우리 교회는 ㅇㅇㅇ목사님과 동역하는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ㅇㅇㅇ목사님의 설교를 위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교회 간판을 보는데 왜 ‘스타벅스’ 커피 맛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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