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 세습 재심' 판결 미뤄… 다음 달 5일 재논의키로

▲ 재판국 모임이 끝난 후 결과를 브리핑 중인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자신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용감한 쥐가 아님을 또 한 번 드러냈다.

16일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 재심’ 결론이 나오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혹시나’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하 총회재판국)이 방울을 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교계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까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이를 취재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총회재판국은 ‘7월 16일에 최종 판결을 내리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채 판결을 못 내리고 다음달 5일에 재논의키로 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재판은 저녁 8시 30분이 다 돼서 마무리됐다. 저녁 7시 20분 무렵 2명의 재판국원이 회의장을 떠났다. 그 중 한 명은 기자들의 질문에 '바로 잡으려고 했다',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말을 남겼다.

폐회 후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는 “이 문제를 놓고 심도 있게 여러 가지 의논했다. 그래서 여기서 두 분이 나갔다. 결론을 못 내렸다. 다음 달에 또 다시 할 수 있도록 연기된 거 같다”고 간단히 브리핑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회재판국이 결국 이번 회기 중에 처리하지 않고 9월 총회까지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월에 열리는 교단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 재판의 가장 원천적 원인인 ‘세습금지 조항 삭제’를 놓고 논쟁이 붙게끔 패러다임을 짜고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조항이 삭제되면 더 이상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일이 없어질 것이므로 굳이 이번 회기에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이날 오전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해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시위를 가진바 있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성명을 내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을 비난했다.

세반연은 성명서에서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오늘, 정의를 갈망했던 수많은 성도와 시민들과 더불어 분노한다”면서 “오늘의 결정은 곧 총회 재판국이 불법이라고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끄러워하라”면서 “김삼환, 김하나, 일부 세습숭배자들의 불법이 완전히 실패하고, 명성교회가 건강한 믿음을 가진 강건한 교회로 다시 세워지길 엎드려 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불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림형석총회장)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무효 소송' 재심에 대한 선고를 또 미뤘다.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오늘, 정의를 갈망했던 수많은 성도와 시민들과 더불어 분노한다.

예장통합총회 헌법 제2편 정치의 제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똑똑히 밝히고 있다. 헌법을 해석할 전권은 총회에 있고, 헌법의 개정은 총회에서만 가능하다. 세습금지법은 지금도 유효하고, 김삼환이 ‘은퇴하는’이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기 때문에, 김하나가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될 수 있다는 괴상망측한 논리는 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 묻는다. 김삼환·김하나 부자가 명성교회를 세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 않은가! 결과가 명백함에도 거듭하여 연기하고, 스스로 판결 선고를 예정했음에도 번복하고 또 다시 미룬다는 것은 총회 재판국이 법의 수행자가 아닌 명성교회의 권력에 눈치를 보는 하수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늘의 결정은 곧 총회 재판국이 불법이라고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처럼 총회에서 재판국이 불신임 받고 전원 교체되는 불명예를 반복하지말라. 그러니 서두르라. 세습이든 대물림이든 승계든지 간에, 한 가족이 대를 이어 교회를 사유화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세습의 상징적 사건인 ‘명성교회 불법세습 시도’를 끝까지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며, 끝끝내 막아낼 것이다. 힘보다 정의, 돈보다 기도, 비겁한 침묵보다 용감한 행동이 승리한 이야기가 성경에는 가득하다.

오직 주님의 은혜로 김삼환, 김하나, 일부 세습숭배자들의 불법이 완전히 실패하고, 명성교회가 건강한 믿음을 가진 강건한 교회로 다시 세워지길 엎드려 빈다.

미루다가는 죄를 입으리라. (신명기 23:22)
 

2019년 7월 16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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