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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춘 칼럼] “그래, 그래, 다 안다”

기사승인 2019.08.07  08: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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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아멘교회 송영춘 목사의 목회 수상(隨想) (6)

   
 

아내가 투정인지 푸념인지, 그러나 현실성 없음을 아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진이도 영어학원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공부하기 싫어하는 녀석이 웬일인지 영어공부는 하고 싶다고 하네…’

“ … … … ”

나는 안다. 내가 미울 때, 자신이 미울 때 오히려 상대에게 뜻 모를 화를 낸다는 것을. 그래서 침묵했다.

그러나 이내 딱 한마디, 궁색한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그 놈 똑똑해서 나중에 해도 금방 잘 할거야, 그리고 그 때 주님이 지혜 주시면 몇 갑절은 더 잘 할거야…”

궁색한 변명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야 마지막까지 있는 서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저녁 잠자리에서 아내는 심한 복통을 일으켰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온 몸이 차가워지고 입술까지 파랬었다.

내가 미웠나 보다…

내가 미울 때, 나 자신이 미워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때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화를 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일까.

내가 미워 내게 화를 낼 때, 내가 싫어 견딜 수가 없을 때, 왜 입에서는 신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역시 신음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일까.

달리 방법이 없을 때, 어찌해볼 재간이 없을 때, 왜 눈을 감고 침묵하는지 모르겠다. 포기했기 때문일까.

마치 아내에게 빌기라도 하듯 등이고 팔이고 쓰다듬어 주는 것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손은 부지런히 아내에게 빌고 있는데 속은 이미 주님께 빌고 있었다.

“주님 아시죠? 내 속도, 이 사람의 가엾은 속도…”

‘뭔 말이 필요할까’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 마음을 다 아시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화를 내 듯, 심음 하듯, 눈을 감고 침묵하듯. 그렇게 기도했다.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화는 내가 났는데 내 아내만 아파했다. 아무 때나 주님 이름 갖다 파는 죄는 내가 지었는데 벌은 내 아내가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빌고 또 빌었다.

“주님 아시죠? 내 기도도, 이 사람이 아파하는 이유도…”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입에서 나는 웃음소리였다. ‘그래 다 안다’는 주님의 말씀에 내 귀보다 빠르게 반응한 내 웃음소리였다.

송영춘 목사 수지 아멘교회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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