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주최 ‘알렉산더 A. 피터스 목사 기념 심포지엄’ 열려

▲ 박준서 박사의 발제 모습

‘한글 발전사’에서 한글 성경의 번역과 보급은 현대 한글의 발전과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신약성경의 경우, 최초로 한글로 번역한 이는 존 로스 목사다.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는 경기도 용인에 ‘로스 기념관’을 건립해서 그의 공적을 기리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구약의 경우는 어떤가? 구약성경을 최초로 번역한 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에 한교총은 구약성경 한글 번역자로 한글 이름이 ‘피득’인 알렉산더 A.피터스 목사를 알리기 위해 심포지엄 ‘기억해야 할 구약 성경 번역자 알엑산더 피터스’를 22일 오후 새문안교회 새문안홀에서 개최했다.

피터스 목사에 대한 발제는 연세대 구약학 명예교수인 박준서 박사가 했다. 박준서 박사는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이기도 하다.

▲ 피터스 목사

박 교수의 발제에 의하면, 1871년 러시아(오늘날은 우크라이나)의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피터스 목사는 1895년 5월 당시 미국성서공회 일본 책임자였던 헨리 루미스 목사의 권고에 따라, 권서(勸書, 성경을 팔며 전도하는 사람)의 자격으로 한국으로 왔다.

그는 전국을 다니며 ‘쪽복음’을 팔면서 한국말을 익히기 시작했다. 특출한 어학 능력을 타고난 그는 한국에 온지 불과 2년 만에 한국어를 완전히 통달했다.

당시 한국에는 한글로 번역된 구약성경이 아직 없었다.

그는 권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그가 애송하던 시편을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순 두 편의 시편을 한글로 번역하고, 이들을 모아서 1898년 시편촬요를 출간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구약성경이 한글로 번역된 것이다.

미국으로 가서 맥코믹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1904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피터스 목사는 성경번역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구약성경 번역 작업에 동참했고, 1911년 최초로 구약 전체가 한글로 번역된 구약성경이 출간되었다.

이후 한글성경을 가다듬고 수정하는 개정과 개역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하던 중, 1926년 피터스 목사가 ‘평생 위원’으로 개역 사업에 참여하면서 활기를 띄게 되었다.

특히 1931년부터 개역 작업은 피터스 목사의 주도하에 진행되었고, 마침내 1938년 개역구약성경이 출간되어 큰 결실을 맺게 되었다.

▲ 최초의 한글 번역 구약 성경인 시편촬요 및 그가 작사한 찬송가 2곡

박 교수에 의하면, 개역구약성경이 출간되기 이전까지 한국교회 안에서는 ‘하느님’이냐 ‘하나님’이냐 하는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피터스 목사는 개역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라고 호칭했고 이로서 호칭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사용하고 있는 구약성경은 1938년 피터스 목사의 주도로 완성된 ‘개역구약성경’으로서, 후에 표준맞춤법에 따라 고치고, 고어 문체 등을 수정한 것이다.

박 교수는 “이 분은 구약성경의 번역과 함께 영한사전 편찬에도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고 하는바, 참으로 선교 초기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보내신 귀한 선물 같은 분”이라면서 “피터스 목사를 기념하는 일은 신앙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사적, 선교적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