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

 

“카페인(caffeine)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예전에 마시던 박카스나 커피 같은 각성 물질의 그 카페인이 이미 아니다. 이 카페인은 젊은이들이 소통하는 생활방식인 카카오톡(kakao tok),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합친 것의 줄임말이다.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이 사회에서 회자되면서, 많이 쓰이는 용어중 하나가 ‘메가트렌드’와 ‘빅데이터’라는 단어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변종(變種)이 생겨날 정도다. 교회는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대응해야 할까?

1980년대는 산업화의 뒤를 이어 ‘경영’과 ‘부흥회’가 목회의 필수 키워드(Keyword)가 된 적도 있고. 1980년 후반에는 ‘제자훈련’이, 1990년대는 ‘빈야드’사역이 2000년대에는 ‘복지’가 유행이었다. 2010년경부터는 인간 이해를 전제로 ‘상담’이 목회의 필수 과정처럼 어필(appeal)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한국교회가 트렌드(Trend)라는 호랑이등에 올라타 롤러코스터를 해 왔다. 한때는 미국의 어떤 교회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치 그것이 교회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여겨지고 유행처럼 번져 교회 강단과 세미나를 독점하고 필수코스로 탐방하며 그 과정이 그대로 국내 도입되었다.

교회와 목회, 사역에 뭔 트렌드가 있을까마는 강조점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한때의 흐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트렌드를 잘 선용하면 교회의 여러 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교회는 너무 트렌드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맞추느라 요란스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혹자는 ‘교회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기술에 매몰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교회는 기술적 가치에 의존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다움’이라는 영적 가치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교회는 신기술과의 접점을 넓혀가면서도 초대교회의 영성과 공동체성, 공교회성과 공공성을 오히려 강화하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전통적인 교회문화 안에도 인공지능의 문화가 도입될 수 있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알아차리는 일은 중요하되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렇다고 시대의 트렌드를 외면하고 모른다고 잘한 일도 아니다.

줌(Zoom)이나 화상회의가 그렇다. 현 시세를 읽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트렌드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르는 순간, 트렌드에 휩쓸려 결국은 트렌드와 함께 추락할 수 있다. 오늘 날 너무 많은 크리스천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고 있다. 세상문화가 추구하는 많은 것들에 동조하고 세상 풍속을 따라 간다.

트렌드는 포장지 정도의 효과를 발휘한다. 화려한 포장지에 정작 그 알맹이가 허당이면 사람들은 금방 실망하고 떠나가게 된다. 알맹이 즉 내공이 없으면 무슨 사회적 영향력이 있겠는가? 트렌드의 옷을 입고 젠틀(gentle)한 교회의 모습은 지녔지만 은혜가 메마른 교회보다는, 트렌드를 멀리하고 영성의 깊이를 더해 영혼을 향한 눈물과 가슴이 뜨거운 교회가 그래도 더 건강하고 희망적이다.

한국교회여! 트렌드를 멀리하자. 트렌드는 본질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여기저기 세미나 돌아다니며 들은풍월로 따라한들 언제 전문가가 되겠나. 빌게이츠처럼 한다고 첨단목회가 되겠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전문가인 평신도들의 몫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맡기고 목회자는 차라리 목회의 본질을 부여잡아야 한다.

교회여! 영성과 능력을 지닌 교회로 가자. ‘다시 복음으로’,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길을 가자. 코로나 위기 속에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으며, 다시 말씀을 깊이 파 실력을 쌓고, 다시 기도의 분량을 채우며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극대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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