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구 문제 중 하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를 적게 낳아 출산율이 감소하는 저출산 문제이다.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지난해 이미 현실화됐다.

2020년 강원도내 모든 시‧군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났다. 도내 전역에서 일어난 건 사상 처음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원도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출생자 수가 27만여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으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다. 그럼 출산장려지원을 젊은이들이 체감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는 저출산 예산이 매년 늘었다고 하는데, 정작 젊은 부부들은 왜 체감하지 못할까.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 여기던 기존 생각들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자기 결정권이 생기면서, 비혼과 출산은 이제 선택사항이 되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뜨겁다. 후보들의 정책이슈는 단연 ‘출산지원’이 화두이다. 나경원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히며 이슈를 선점했다.

결혼하면 4500만원, 아이를 낳으면 추가로 4500만원을 지원하고, 여기에 대출이자를 9년간 100% 대납해 총 1억원 넘는 혜택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에 여러 후보들이 공격하고 나섰지만 정작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 후보의 공약이 오히려 주목받는 이유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일·가정양립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미 선진화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 덴마크는 성공적인 가족정책사례로 손꼽힌다.

프랑스는 저출산·고령화를 정책의 힘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이자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 가운데 독보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린 사례이다. 다양한 가족 구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는 점이 프랑스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신혼부부 모두들 서울이나 프랑스로 이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들쑥날쑥한 출산장려금을 정리하고 가족 정책 전반적인 큰 틀에서 시행할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사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출산 장려 관련 현금 지원 비율이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거지원, 현금지원, 육아서비스 공급, 조세 정책 등 맞물려 돌아가야 할 요소들이 있다.

가족구성원들이나 사회 시스템이 함께 결혼, 가사노동, 출산, 양육, 교육 등의 몫을 함께 감당해 주지 않으면 경제, 직장, 주거, 세금 등의 장벽을 뚫고 결혼과 출산으로 나가긴 어렵다.

그래서 출산 때부터 대폭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세액공제 혜택도 주로 중산층 이상에 쏠리는 만큼 저소득층 젊은 신혼부부의 출산율 재고를 위해 현금 지원 형태는 늘려야 한다.

이제 출산은 ‘취업-결혼-육아’ 등 라이프 싸이클(Life Cycle)과 관련된 문제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일·가정양립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사회로 나가기위해서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사고를 가지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비용’이 아닌 ‘내일을 위한 투자’이다. 우리 정부의 여성부, 복지부 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들도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식의 뜬 구름 잡는 캠페인이 아니라, 산재해 있는 가족 정책을 모은 컨트롤타워로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이고 효과 있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문경시의 경우 출산장려금은 첫째 360만원, 둘째 1천400만원, 셋째 1천600만원, 넷째 이상 3천만원이다. 이러한 출산장려정책에 힘입어 문경시는 2019년부터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출생아는 328명으로 전년도 대비 14명이 증가했고 이는 경북도 내 유일한 출산증가 기록이다.

출산 절벽시대에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다음세대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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